폴리에 제작일기가방, 루틴을 담다 요즘 매일 신문을 읽습니다. 제 눈 앞에 제가 좋아할만한 정보만 쏙쏙 찾아다 놓던 알고리즘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한 선택이었습니다. 매우 오랜만에 이 독특한 판형의 아날로그 매체를 매일 대하다 보니, 신문을 말아넣을 가방이 필요해지더군요.이탈리아에 살던 시절, 출근 길에 들르던 바에 가면 언제나 그날의 신문이 종류별로 테이블에 놓여있었습니다. 제목만 보는게 다였지만, 테이블 하나를 잡고 앉아 에스프레소 한잔을 앞에 두고 신문을 뒤적이곤 했습니다. 이탈리아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사소한 것들도 참 신기했습니다. 이탈리아어로 쓰여 있어서 더 그랬을 것 같기도 합니다. 바리스타와 단골들이 나누는 짧고 산발적인 대화가 배경음악처럼 흐를 때, 신문 한 쪽 귀퉁이를 잡고 넘기는 바스락 소리를 보태면 잠시 이방인이 아닌 생활자가 된 느낌이었습니다. 2017, FIRENZE 이제 서울에 돌아와, 제 작업실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앞에 두고, 바스락 거리며 신문을 넘깁니다. 신문을 읽는 맥락과 목적은 그 때와 다르지만, 잉크 냄새와 바스락 소리가 만드는 아침의 시간은 여전히 사랑스럽습니다. 매일의 신문에는 내가 그동안 관심 없었지만, 읽다보니 흥미가 생기고야마는 읽을 거리들이 언제나 두어개쯤 있습니다. 잠시 몰입해 읽다보면 순간, 오늘의 할 일이 주는 압박감에서 벗어나 글 읽는 존재로서의 정체성만 남습니다. 그 순간이 좋아서 잠들기 전이면 내일 아침, 문 앞에 놓여있을 신문 뭉치를 기다리게 됩니다. 2026, SEOUL 좋아하는 루틴이 하루의 어딘가에 자리를 잡는다는 건 기분좋고 반가운 일입니다. 좋아하지 않는 루틴이 있다면 그건 삶을 지탱하는 데 꼭 필요한 일일 확률이 높습니다. 허투루 보낼 수 있는 루틴은 별로 없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루틴은 어떤 물건과 함께 진행됩니다. 가방을 만드는 제작자로서 루틴에 관심을 갖는 건, 하루는 여러개의 루틴으로 구성되고, 그 루틴은 몇 몇의 물건들을 필요로 하며, 아침에 각자 집을 나설 때는 그 물건들 모두를 가방에 넣고 집을 나서야 하기 때문입니다.하는 일에 따라, 성향이나 라이프 스타일에 따라, 계절에 따라 루틴과 물건이 달라집니다. 무엇보다 필요한 가방이 달라지죠. 작게는 하나하나 일상의 장면들을, 크게는 생애주기에 따라 달라지는 변화들을 염두에 두고 저는 가방을 생각합니다. 폴리에는 신문을 읽는 제 루틴에서 출발한 가방입니다. 그래서 아래로 깊은 수납공간을 갖는 가방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책과 아이패드를 중심으로 지갑과 필기구나 안경 정도의 일상 아이템을 쉽게 꺼내고 빼길 원하는 분들께도 좋은 사용감을 줄 것이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