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받은 티가 나네요.”이탈리아에서 함께 가방을 배웠던 친구가 제 가방을 만져보며 말했습니다.작법을 완성하고나서, 사진을 찍으려고 만든 마지막 프로토타입이자, 첫 번째로 생산된 제오백이었습니다.저도 새삼스레 가방을 살폈습니다. 여러달 손이 닿은 곳은 적당히 색이 바래고, 때로 윤기가 돌았습니다. 전체적인 모양은 잘 유지되었고, 수 없이 쥐었다 편 부분의 마노는 기분좋게 부드러워졌습니다. 가죽가방의 에이징은 단순히 색의 변화에 한정되지 않습니다. 어깨에 걸쳤을 때 착 달라붙는 느낌, 쥐었을 때 손에 맞춤하게 감기는 감각이 시간이 흐르며 조금씩 달라집니다. 그러다 가방과 사용자가 서로에게 충분히 길이 들면 온전한 나의 것이 됩니다. 애정을 갖고 자주, 오래 사용했을 때 그렇게 됩니다. 사실, 잘 만들어진 가방만이 그런 잠재력을 갖고 있습니다.그래서 친구의 말이 무척 반갑고 고마웠습니다. 스스로 가방을 만드는 제작자가 되자, 제 가방을 설명해야 하는 상황을 자주 만나게 됩니다. 그 때마다 입 안에서, 손 끝에서 맴돌다 차마 꺼내지 못하고 마는 단어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클래식’입니다. 저 스스로 오래도록 사랑받은 클래식한 디자인을 좋아하고, 제 가방도 그런 분위기를 가졌으면 하는 마음이 크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클래식은 도도한 시간의 흐름 속에서 살아남고, 사랑받은 뒤에야 붙일 수 있는 수식어라고 생각합니다. 만든 이가 아니라 다른 이들이 불러줘야 하는 이름이라 더 의미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때문에 저는 ‘오래들 수 있는 가방으로 만들었습니다.’ 라고 설명하곤 했습니다. 제가 일했던 피렌체의 하얗고 널찍했던 작업실에서 이미 클래식이라는 평가를 받는 브랜드의 샘플들을 만들면서 익혔던 작법에, 저의 연구와 노력을 더 했기에 잠재력은 충분할 것이라는 자신은 있습니다. 다만 사랑받는 가방으로 오래도록 쓰이는 것은 제 가방을 선택해주신 분들이 결정해주실 평가와 결과일 것입니다. 저는 오랫동안 가방을 만들생각입니다. 이런 저런 다양한 가방을 만들기 위해 구상도 계속하고 있고, 곧 새로운 제품도 출시 하게 됩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는 동안, 마키니스트라는 브랜드와 함께 세상에 선을 보였던 첫 제품인 제오와 코르노가 꾸준히 사용될 수 있었으면 하고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