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 망치와 칼, 송곳 따위가 어질러진 작업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마우리치오와 마주 섰습니다.얇은 가죽과 그 보다 더 얇은 보강재를 여러 겹 덧 댄 가방을 가볍게 쥐었다 펴면서,엄지와 손바닥에서 느껴지는 감각에 집중했습니다.좀처럼 찡그린 표정을 풀지 않는 고집스런 테크니션인 그가 희미한 미소를 띄며 뭔가를 중얼거리면,통과입니다. 만져보면, 만져봐야 안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었습니다. '손에서 느끼는 기분 좋은 감각' 은 '마키니스트'를 세상에 내놓으며 전하고 싶었던 이야기였습니다.쇼룸은 그래서 꼭 필요한 공간이었고요. 혼자서 처리 해야 할 일들이 많은터라 작업실에서 멀지 않은 곳을 찾았습니다.여러 날 발품을 판 끝에 찾은 곳이 바로 '일화상회'가 있던 작은 골목입니다. 신중하게 가구와 실내 조명을 골랐습니다.쇼룸에 꼭 필요한 초록을 위해 농장에도 들렀습니다. 비오는 날의 청소, 여러 날의 시공, 다시 청소와 정리를 거쳐 마키니스트의 작은 쇼룸을 준비했습니다. 서울시 동대문구 왕산로 43나길 26.골목의 맞은편 붉은 벽돌담은 지금은 문을 닫은 청량리 정신병원의 울타리였습니다.화가 이중섭과 시인 천상병이 잠시 머물렀던 곳입니다. 한 때 일화상회였고, 저희가 들어오기 직전에는 동대문구 길고양이 보호협회가 있었던 7평 남짓한 공간은,이제 마키니스트의 작은 쇼룸이 되었습니다. 서울, 청량리동에서 흐를 마키니스트의 시간이 이제 이곳의 역사에 작은 흔적을 남기겠지요. 마키니스트의 쇼룸은,매주 금요일 오후 5시부터 8시까지, 토요일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문을 엽니다. 그 이외의 시간에 방문을 원하시면, 미리 알려주세요. 기다리고 있겠습니다.